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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간의 고양이다. 이곳 사람들은 나를 고양이스님이라 부른다. 절간의 중들과 신도들이 명상을 할 때면, 나도 밖으로 나가 햇빛 아래서 명상을 한다. 중들이 염불을 할 때는 그 옆에 앉아 고르릉 소리를 내며 목탁소리를 즐긴다. 어느덧 절밥 12년차, 이곳의 왠만한 중들 보다 마음이 편안한 어엿한 스님이다. 수행을 하는 고양이 스님이 된 것은 이곳에 온지 3년이 되었을 때었다. 어느날 꿈에서 몸통의 윗 부분은 흰색 아랫 부분은 검정색의 고양이가 나타났다. 그는 사람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그 고양이는 자신을 관세음묘살이라고 소개 하였다. 관세음묘살이 말하길, 본인은 부처님의 화신이며 고양이들의 깨달음을 위해 고양이의 모습으로 현현했다고 했다. 그리고 사료 즐기기 명상법과 호흡 명상, 마음챙김 명상법을 알려 주었고, 그 뒤로도 가끔 꿈에서 수행을 지도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 관세음묘살이 오랜만에 꿈에 나타났다.
"오랜만 입니다"
그는 언제나 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인사를 건냈다.
"못 본지 두어달 된것 같아요"
그는 아주 천천히, 식빵모양으로 자세를 잡고 업드렸다. 그리고 지긋이 나를 바라봤다.
"전하실 말씀이라도...?"
"오늘은 선물을 주려고 왔어요"
"선물이요?"
"네, 선물"
왜 뜸을 들이시지. 관세음묘살이 한동안 아무 말도 없자, 나도 천천히 식빵자세를 잡고 엎드렸다. 관세음묘살의 표정은 특별히 웃는 얼굴은 아니지만, 안도감을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다.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는, 나 자체로 있어도 되는 그런 느낌이다.
"선물은...이거에요"
관세음묘살이 앞발로 스윽 내민것은 절에서 흔히 주는 사료알갱이 하나였다.
"오..."
내가 할말을 찾지 못하고있자, 관세음묘살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졌다. 점점 더...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깨고 보니 나는 절간 뒷마당에 엎드려있었다. 새소리들이 들리고 날씨는 매우 맑았다. 그리고 내앞에...사료알 하나가 놓여 있었다.나는 사료알을 한참을 바라보다 앙 하고 입에 물었다. 사료알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입에서 녹였다. 그러자...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개꿈인가...'멀리서 도냥이들과 일반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도냥이란 도닦는 고양이의 줄임말이다. 관세음묘살의 가르침을 알리기위해 내가 운영하는 수행 모임이다.
"아그작, 아그작"
도냥이들은 사료먹는 소리, 사료의 촉각, 미각, 혀에 닿는 느낌, 목을 넘기는 느낌, 이런 것들을 충분히 알아차리며 먹기 명상을 마쳤다. 그리고 나는 도냥이들에게 관세음묘살이 가르쳐준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짤막한 강의를 한다.
"그러니까 마음챙김은 온전히 수동적인것이에요. 마음은 두가지가 있죠. 하나는 알아차리는 마음, 다른하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마음이에요. 생각과 행동하는 마음을 내려 놓을수록 알아차리는 관찰의 마음이 활성화되요. 생각과 행동에 매몰되지 않을 수록 알아차림이 더 잘 행동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에요. 생각과 행동에 마음쓰지 말고, 원인 결과에 따라 알아서 생각하고 움직이게 내버려 두세요. 오직 관찰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게 마음챙김을 일상에서 유지하는 비법입니다"
질문과 답변을 몇마디 나누고, 우리는 각자 절의 조용한 자리로 가서 호흡 명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헤어진다. 그렇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어두운 저녁이 되었다. 자려고 엎드렸을때, 몸이 붕하고 떴다. 그러니까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니 정확히는 몸은 저기 엎드려 자고있는데, 나는 그걸 공중에서 보고있었다. 유체이탈. 관세음묘살님이 주신 사료 덕분이 틀림없다. 왜 유체이탈 능력을 선물로 주신걸까. 이 상태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일단 높이 올라가 보자.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계속 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