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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승의 에세이 같던 도서 ‘걷는 사람, 하정우’의 내용과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정우 씨는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유명 배우임에도 (물론 무명시절부터 현재까지) 서울 한복판, 강남에서 홍대를 넘나드는 걷기 마니아입니다. 책 ‘걷는 사람, 하정우’ 속의 하정우는 걷기를 통한 도를 찾는 도인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책에서 하정우 씨는 종종 상식을 초월한 걷기 덕후(?)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만보기로 기록된 그의 걷기 기록들은 약 3만 보 (강남에서 홍대 왕복 거리)에서 10만보까지 어마 무시합니다.

 

 

 

 

 

 

그는 걸으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소통합니다. 주변의 경치, 하늘, 날씨, 새벽의 공기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모든 느낌 들을 세밀하게 알아차리고 음미합니다. 한강 편의점에서 소통하기도 하고 때로는 길동무를 만나기도 합니다. 뚜벅뚜벅 자신의 페이스대로 흔들림 없는 그의 걸음걸이에서 고결한 수도승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 듯 하루의 걷기가 한 편의 인생 영화 같아 보입니다.

 

 

 

 

 

그는 걷기를 기도라고 표현합니다. 그의 에세이에서 마치 틱낫한 같은 존경하는 수행자의 에세이가 연상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하정우는 그런 분들보다는 우리에게 더 가깝고, 그의 에세이는 더 친근합니다. 그의 걷기라는 보편적인 수행 방법은 당장 지금이라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줍니다.

 

 

 

 

 

 

그는 엄청나게 바쁜 배우입니다. 그런 그가 잠까지 줄여가며 ‘걷기’를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즐거움과 깨달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일반적인 다른 덕후들처럼 자신의 관심사 외에는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하는 괴짜도 아닙니다. 그는 요리도 좋아하고, 영화 속에서도 맛깔나는 먹방으로 유명합니다. 그 외에 많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세밀하게 인지하고 음미할 줄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정우는 인생의 많은 즐거움 중에 걷기를 선택했습니다. 하정우의 걷는 길 사이사이에는 그가 만들어 놓은 아지트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지트들은 마치 여행자의 쉼터 같은 것입니다. RPG 게임에 비교하자면 장거리 여행의 여관이나 마을 같은 느낌입니다. 그의 하루하루의 걷기는 이렇게 여행처럼 묘사됩니다. 같은 장소도 그날의 날씨, 공기, 감촉, 기분, 발이 땅에 닿는 느낌 등을 세밀하게 인지하며 새로운 여행을 만들어 갑니다.

 

 

 

 

 

 

 

먼 길을 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걸음을 내이는 것뿐입니다. 다음 걸음을 내리고 다음 걸음을 다시 내리는 것을 반복하며 현재에 순간을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자꾸 마음이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으로 내달릴 때, 한 걸음 한걸음은 하정우를 현재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합니다. 한참을 걸어 신체가 힘들어지면, 자극이 정신을 신체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현재 이 순간의 신체의 느낌과 반응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오지 않은 것이기에,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한걸음만이 자신과 함께합니다.

 

 

 

 

 

 

어쩌면 단지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최선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 당시 그 상황에서, 그 당시 자신의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하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티베트에서 인간의 뜯는 걷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책을 덮고 정 줄 높고 한없이 걷고 싶게 만드는 걷는 사람, 하정우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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